싸바이디, 라오스2015. 4. 23. 13:20

[9월 9일] 밤에 루앙프라방은


이번 여행에서 미리 계획된 것은 별로 없었다. 전체 일정을 비엔티안, 방비엥, 그리고 루앙프라방으로 잡고 첫날 숙소만 예약한 상태로 라오스로 넘어왔다. 그 외 거의 모든 사항은 바로 전날 밤 숙소에서 ‘라오비어’와 함께 결정했다. 여기에 예외가 하나 있다면, 바로 ‘마이드림리조트(My Dream Resort)’다. 루앙프라방에 있는 숙소인데, 한국에서 인터넷을 뒤적이다 무릎을 탁 친 곳이었다.




드디어 오늘 마이드림리조트로 숙소를 옮긴다. 물론 일찌감치 옮기고 싶었으나, 문제는 돈이었다. 숙소에 50달러 이상을 쓰지 않겠다는 나름의 원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왜 50달러냐. 뭐 특별한 기준은 없었다. 다만, 가급적이면 멋지고 좋은 숙소보다는 현지인에게 수익이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숙소는 물론이고 식당에 카페까지 거의 모든 영역을 외국자본이 잠식하고 있어 가능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아고다(www.agoda.com)에서 예약 가능한 가격은 115.14달러. 그나마 가장 싼 방이다. 눈 딱 감고 마지막 이틀만 이곳에서 묵기로 했다.


마이드림리조트는 지금까지 묵었던 르벨에어와 이웃했다. 가까운 거리였지만, 르벨에어에서 드랍오프 서비스를 해줘서 더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새로운 숙소는 체크아웃하는 다른 여행객으로 붐볐다. 우리는 잠시 기다리며 서비스로 나온 라임 주스를 마셨다. 소박하면서도 고풍스런 분위기에 청량감이 더해졌다. 








숙소를 잡는 마지막 관문은 아이들 추가 비용이다. 숙소마다 나이 기준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어린 아이도 어른과 똑같이 비용을 내야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마이드림리조트도 3세 이상이면 성인으로 간주한다. 그러면 우리 가족은 성인 4명 기준으로 방을 배정받아야 하고, 영락없이 트윈룸이나 더블룸 2개를 잡아야 한다. 아니면 비싼 패밀리룸이나 스위트룸을 잡거나.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모든 숙소에서 이런 정책을 적용받진 않았다. 일단 스탠다드룸 하나를 예약하고 모르는 척 체크인을 하면, 방을 더 잡아야 한다는 둥 추가 베드를 사용해야 한다는 둥 말이 나오진 않았다. 다만 아이들 조식 비용을 따로 내야 하는 곳은 몇몇 있었다. 여기도 그런 곳이었다.


방을 배정받자마자 수영장으로 향했다. 마이드림을 선택한 이유 중에는 수영장도 한몫했다. 방비엥리조트 수영장처럼 근사하진 않았지만, 한갓지고 깨끗했다. 무엇보다 음식이 좋다. 특히 민트 쉐이크. 선베드에 누워 뜨거운 공기를 만끽하게 해주는 맛이 유쾌하다.










오후 느지막이 시내로 나왔다. 왓마이를 갔는데, 벌써 문을 닫는다고 한다. 오후 5시. 스님들도 청소하고 씻고, 일과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스님들을 지켜보던 동욱이가 엄마에게 어떻게 스님이 되느냐고 묻는다.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한다고 답하자, 그렇게는 못살겠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욕심이 자라지 않게 하는 일이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자식이라 하늘의 별이라도 따주고 싶지만, 그러다간 헛된 욕심만 키워주기 십상이다. 게다가 얼마나 풍족한 세상인가. 자본주의 소비 문화에 길들어 이것저것 들어주다 보면 아이의 욕심은 정말 하늘을 찌른다. 자신의 마음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아이는 이미 폭군이다. 아이가 행복하게 자라기 위해서라도 일찌감치 욕심의 싹이 자라지 않게 해야 한다. 불행은 욕망과 능력의 불일치에서 비롯한다. 물론 내가 먼저 반성해야 할 테지만.


밤에 루앙프라방은 새옷을 입는다. 강렬한 태양에 시간마저 녹아 버렸던 거리가 새로운 활력을 찾는다. 어둠이 깔리면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색동 지붕이 잇대어 펼쳐진다. 그 아래로 물건을 내놓는 손길이 분주하고 불빛을 찾아 발길도 하나둘 모여든다. 야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벌써 야시장 준비로 거리가 들썩인다. 매일 열리는 야시장이지만, 오늘은 작심하고 야시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돌아간 날이 머지않아서 본격적으로 선물 장만에 나서야 한다. 


애초 야시장은 고산지대에 사는 소수민족이 내려와 손수 만든 물건들을 내다 팔며 자연스레 형성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수공예품은 찾기 힘들고, 대부분 대량생산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이다. 그래도 이국적이고 값싼 매력에 쇼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만, 같은 물건이라도 가게마다 값이 달라 난감하다. 워낙에 싼 물건들이라 웬만하면 부르는 값을 치르고 싶지만, 똑같은 셔츠가 만낍, 이만낍씩 차이가 나니 도리가 없다. 발품 팔아 이집 저집 기웃거리며 흥정하는 수밖에. 


애들에게도 5만낍씩 쥐여줬다. 너희 사고 싶은 것 있으면 직접 사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이것저것 다 사들일 기세다. 코끼리가 세겨진 손지갑과 친구들에게 선물할 열쇠고리 몇개를 사는 거로 간신히 타협했다. 거대한 금빛 휘장을 사고 싶었던 동호는 끝내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울고 말았다. 덕분에 동호는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하나 입에 물 수 있었다. 






<야시장 쇼핑 결과>


  • 티셔츠 3벌 70,000낍
  • 바지 2벌 60,000낍
  • 손지갑 6개 40,000낍
  • 천가방, 열쇠고리, 자석 등 200,000낍
  • 합계 370,000낍







 항목

금액 

 숙박비

 115.14달러(921,120낍)

 점심(샌드위치, 바나나 쉐이크, 민트 쉐이크)

 85,000낍

 뚝뚝(왕복)

 70,000낍

 저녁(스파케티, 과일쥬스, 커피 등)

 158,000낍

 맥주 2병, 물 1병

 30,000낍

 합계

 1,264,120낍




Posted by alternative